[스크랩] 선운사의 가을풍경
★..전라북도 고창군에 위치한 선운사의 가을풍경..★
(붉게 물든 도솔천)
날씨가 흐려 멀리 조망도 별로이고 연무까지 끼어
능선에서의 맛이 반감되기에 잘?다 싶어
도솔천을 따라 흘러내리는 고운 단풍물결
마음은 이미 그곳을 따라 흘르고 있기에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유화붓을 제멋대로 놀린것 같기도 하고
정성껏 점점이 점을 찍어 놓은것 같기도하고
암봉과 어울어진 고운 단풍에 취하고
알싸한 낙엽향에 비몽사몽
용문굴 지나면서 선운산의 고운단풍이 반겨줍니다.
(천마봉에서 내려다본 도솔암)
마애불 도솔암에 도착하니 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시끌벅쩍 정신이 없고
고운단풍이 사람들을 불러 모을만 하고도 남습니다
산이 좋아 오르고 또 오르지만
오늘 다시 감사하고 또 행복합니다.
피빛단풍이라 했던가??
만산홍엽이라 했던가??
붉은피 토해 놓은듯,,
노오란 유화물감 업질러 놓은듯
선운산의 단풍은 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도솔암을 포근히 감싸며 둘러선 고목의 단풍나무들
소리없이 조용한 산사를 지켜주는 고마운 숲,,
이계절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나무들
사계절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숲
오늘도 그들의 숨결을 느끼며 기쁨으로 걷고
행복으로 숨을 쉽니다.
선홍빛으로 채색된 단풍잎에 눈이 홀리고
노오란 단풍잎에 이미 마음을 빼앗겨
정신줄을 놓은지 오래이고 메마른 몸뚱아리만 두다리에 의지한채
걷는듯 마는듯 홀절할 단풍숲으로 빠져듭니다.
어찌 이토록 고울수가 있는건지~?
어찌 이토록 선명할수가 있는건지~?
중얼거림 두어마디만 남긴채
다시금 내려섭니다.
높은기상 고고한 자태 뽐내는 소나무와
붉은기운 맘껏 자랑하며 맞서는 단풍나무 한구루 이지만
함께 나란하기에 더욱더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도솔천을 따라 흘러 내리는 듯
나란히 나있는 산책로
차마 밟기도 아까워 걷기조차 미안하고
차마 보는 것조차 미안할 지경입니다.
이계절이 지나고 엄동설한 추위에 맞서려면
한잎한잎 다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으로 버터야 하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그 화려함을 발산하고 산화한 그대~!!
수북히 쌓여 고엽이 되어도 알싸한 향내를 풍기는그대~!!
그대의 아름다운 살신성인에 경의를 표합니다.
고운 단풍우산 바쳐들고 사브작사브작 걷는맛을
이가을 이렇게 지나가면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
고엽이 되어 찬바람에 나딩굴 고운 단풍잎이 애처로운 까닭입니다.
지금 고운색 맘껏 자랑하는 모습에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선운사의 염불소리가 가까워 질수록
선홍빛 혹은 노오란 빛이 온통 도솔천을 물들이고
올가을 마지막 대미을 장식하러 찾아온 산객의 발걸음도 가벼워
나만의 염불을 외며 정토세계에 빠져듭니다.
제법 수량이 많은 계곡엔 아름다운 반영이 발길을 잡습니다.
노오란 물감을 풀어 놓은듯
이미 물빛은 잃고 남의 색이 되어버린 도솔천
그러나
그마져도 황홀경입니다.
수백년 동안 이곳을 지키며 수백번 이렇듯
고운자태을 뽐내고 수많은 중생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고
이제는 고목이되어 그 기운 점점 잃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서럽도록 아름답고
가슴 저미도록 황홀합니다.
부드러운 솜이불은 아니어도
향긋한 단풍향이 배어있는 낙엽이불을 덮어쓴 도솔천
그곳에 두다리 쭈욱뻗고 한숨 늘어지게 자고나면
이미 속세를 떠는 것이겠지요
고운빛 발하며 산화한 단풍잎
낙엽이 되어 채이고 썩어갈 지언정
그 조차도 너무도 경이롭고 감탄입니다.
붉은기운이 피끊는 젊은 청춘의 색이라면
노오란 단풍은 아름다운 황혼의 색일 것이고
푸르름 간직한 녹차잎은 고사리손 어린이의 색이겠지요
꿈속을 걷는듯 오색물결따라 걷는사이
선운사에 가까워 집니다.
명당중의 명당은 언제나 산사가 있는곳
선홍빛 도솔천의 물을 들이킨 수백년 수령의 아름들이 단풍나무들이
피빛 단풍을 토해내며 불가의 윤회를 깨닫게 해줍니다.
눈은 둘뿐이거늘 봐야할것은 사방에 널려있고
가슴은 하나이거늘 느껴야 할것 또한 수천수만이고
여기저길 누벼야하거늘 몸뚱아리 또한 하나에 지나지 않아
차라리
이대로 주저앉아 가만히 눈감고 있는게 제일일게다.
메마른 가슴에 따듯한 불을 질러놓고
말라버린 눈물샘에 눈물 다시 고이게 해놓고
소리없이 고운미소로 산객을 놓아주며
아름다운 계절에 다시 찾아주길 말하는 도솔천
눈이 부셔 제대로 볼수가 없지만
서럽도록 아름다운 도솔천과 작별할 용기가 없기에
땅만 내려보며 터벅터벅...
이토록 곱고 이토록 아름답거늘
늘 할 수 있는건 흙먼지 일으키며 걷는것뿐
이토록 가슴절이게 아름답거늘
늘 할 수 있는건 몇방 셔터질뿐
이토록 황홀하거늘~?
아름다운 열정이 붉은 단풍만큼이나 곱고
뛰고 누르는 그 못짓 하나하나도 자연인듯 아름답게 보입니다.
얼마나 멋진 작품을 담고 흐믓해할까~?
